애도를 통해 삶을 마주하는 방법
끝이라 생각했던 곳에서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소설은 완화의료 병동 간호사 구라타의 시점으로 시작한다. ‘간호사는 출근해서 옷을 갈아입는 것부터 일이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직업 의식이 뚜렷한 구라타는 겉으로 보기엔 무던한, 더 나아가 무미건조해 보일 정도로 어떤 상황이든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지만 환자를 대할 때는 누구보다 정중하고 섬세하다. 구라타는 72세 대장암 환자인 하시즈메의 말을 들어주며 잘 알지도 못하는 야구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기도 하고, 혼자서 움직이지 못하는 마쓰모토의 자세를 능숙하게 보조하거나 ‘목숨값’을 물어보는 소년 고타로에게 다정한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이처럼 암으로 인한 환자의 신체적 통증만이 아니라 심리적 고통도 살펴주는 완화의료 병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이 결집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완치가 불가능한 환자들을 돌보며 그들의 삶을 정중하게 대하는 구라타의 시점을 따라가다 보면 차갑고 낯설었던 병동의 이미지가 어느새 온기로 가득 찬 공간처럼 느껴지게 된다.
이처럼 고요한 일상을 유지하던 병동에서 어느 날 유령에 대한 소문이 들리기 시작하고, 소설은 뜻밖의 전개로 예상치 못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섬세하게 구성한 저자의 예리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것도 이 소설의 매력이다. 묵직한 울림과 소설적 재미를 동시에 잡은《그리고 밤은 온다》는 독자들에게 도노 가이토라는 이름을 선명히 새겨줄 것이다.
프롤로그 4
제1화 천국과 가까운 곳 9
제2화 유령이 꽃피는 계절 83
제3화 남은 시간을 보내는 방법 175
제4화 그리고 밤은 온다 237
에필로그 276
작가의 말 284